
원한 개자식 "감자 해요!"대한민국 최고의 감자 연구소, 선녀식품의 한 행사장에서 직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 열띤 분위기 속에서도 김미경 대리는 어깨를 움츠렸다. 감자 연구원으로서의 자부심은 있지만, 오늘 하루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농가들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자마자, 가격 흥정이 시작되었다. "950원!" "940원!" "900원은 말도 안 돼!" 목소리가 오가며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미경은 940원이라는 가격에 굴복했다. "씨… 겨우 10원 때문에…" 혼잣말을 뱉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그녀의 앞을 가로막는 그림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원한리테일의 소백호 이사였다. 단단한 눈빛, 냉정한 태도, 그리고 완벽한 외모까지. 이 남자는 절대 만만..

데이터 검증 이동진은 배달원으로 위장하고 박미정의 집으로 향했다. 그녀의 삶은 정해진 틀 속에 갇혀 있었다. 매주 화요일, 효명마트에서 생필품이 배달되었고, 그녀의 유일한 외출은 늦은 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 아무 버스나 타고 종점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 그녀가 떠나는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배달이었다. 물건을 전하고 돌아서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동진은 그녀의 공간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10m, 10분이라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했다. 그 이상 가까워지면 반드시 사고가 일어났다. 그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조금씩 한계를 시험해 나갔다. 어느 날, 그는 미정과 대화를 시도했다. 주문한 물품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그녀와 짧은 문장을 주고받았다. 한 마디, 두 마디..

수단과 방법 박미정은 도시에서 홀로 살아가고 있었다. 작은 옥탑방에서 지내며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려 했다. 그녀는 불필요한 관심을 받기 싫었고, 과거의 소문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녀를 둘러싼 사건이 이어지며 다시 한 번 사람들의 시선을 받게 되었다. 이동진은 그녀를 조사하기 위해 태백을 떠나 도시에 왔다. 미정을 둘러싼 사고들의 패턴을 분석하던 그는 새로운 단서를 찾아냈다. 사고들은 특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 발생했다. '같은 공간에 있을 것, 대화를 나눌 것, 서로를 인지할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정을 가질 것.'그는 확신했다. '그녀를 좋아한 사람들만이 위험에 빠진다.' 미정은 평소처럼 마트 배달을 받았다. 화요일마다 오는 배달원이 달라질 때도 있었지만, 이번엔 낯선 남자가 ..

죽음의 법칙 이동진은 태백으로 돌아왔다. 그의 머릿속엔 한 가지 질문이 맴돌았다. '정말 박미정 때문일까?'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던 그는 점점 더 미정을 둘러싼 미스터리에 빠져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은 여전히 박미정을 '마녀'라고 불렀다. 그녀가 머물던 마을에서 벌어진 연이은 사고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 모두가 그녀와 얽혀 있었다. 하지만 동진은 단순한 우연이라기엔 그 패턴이 너무 선명하다는 걸 깨달았다."동진아, 너 책도 쓴 거야?" 친구가 그의 노트를 들춰보며 물었다. "패턴을 찾고 있어." 그는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사고는 특정 거리 안에서 발생했고, 그녀와 가까웠던 사람들에게 집중되었다. 같은 공간에 있거나, 대화를 나누거나, 그녀를 알고 있거나, 그녀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들...

통계의 오류 박미정은 홀로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져 있었다. 과거의 상처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을 세상에서 격리시켰다. 그러나 그녀를 둘러싼 연쇄 사건과 사고로 인해 사람들은 그녀를 '마녀'라고 불렀다. 마치 저주를 받은 듯 그녀가 머무는 곳마다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이동진은 범죄 데이터를 분석하는 전문가였다. 그는 통계를 통해 사건을 해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일에 능숙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그조차도 쉽게 풀어낼 수 없었다. 그는 미정을 둘러싼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박미정이 있었다. "정말 그녀가 마녀란 말인가?"동진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하지만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 작업에서 '마녀'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그는 ..

우연의 일치 이동진은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며 자신만의 목표를 품고 있었다. 단순한 학업 때문이 아니라, 인생의 숙제를 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새로운 환경에서도 미정의 기억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첫 강의 시간, 교수는 학생들에게 통계학과에 온 이유를 물었다. 동진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 “인생의 숙제가 있어서 왔습니다.” 교수는 흥미로운 대답이라며 관심을 보였고, 동진은 그 말이 진심이었다. 그는 과거 마을에서 일어났던 이상한 사건들, 그리고 마녀라 불렸던 박미정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동진은 친구도 없이 혼자 밥을 먹으며 지내던 김중혁을 보며 그녀를 떠올렸다. 중혁은 감정을 숨긴 채 무심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동진은 그에게 다가갔다. “밥 같이 먹자.” 단순한 제안이었지만, 그..

마녀, 박미정 어릴 적부터 미정의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났다. 학창 시절, 그녀를 좋아했던 남학생들은 하나같이 사고를 당하거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맨홀에 빠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하고, 심지어 벌에 쏘여 쓰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쟤를 좋아만 해도 다친대.""정환이 죽은 것도 박미정 때문 아니야?""걔네 엄마도 걔 낳다 죽었대." 이러한 소문들은 점점 확대되었고, 마침내 미정은 ‘마녀’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처음엔 그저 괴로운 소문이라 생각했지만, 미정은 점차 자신이 정말 저주를 가진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친구들은 그녀를 피해 다녔고, 그녀를 향한 사람들의 시선은 불안과 경계로 가득했다. 유일하게 미정을 변호했던..

여학생 서울의 화려한 밤거리 속, 고급 카지노 ‘그랜드힐 서울’에는 탐욕과 욕망이 뒤섞여 있었다. 이동진, 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의 심리를 읽고, 그들의 한계를 예측하는 전문가였다. 그의 직업은 단순히 카지노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예상치 못한 운명과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이 숫자로 계산될 수 있다고 믿었던 동진. 그는 카지노에서 진행한 빅데이터 분석을 발표하며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찾아내는 방법을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설명을 듣던 카지노 회장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숫자로 세상을 다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동진은 그 말에 알 수 없는 찝찝함을 느꼈다. 그날 밤, 그는 오랜 친구 김중혁과의 만남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 장소로 향하던 길, 뜻밖의..

바닷바람이 서늘하게 불었다. 애순은 문득 멀리 보이는 바다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삼천배를 해야 한다는 시어머니의 말에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녀는 묵묵히 참아냈다. 삶이란 늘 이렇듯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이 뒤섞여 있었다. 며느리는 제 할 도리를 해야 한다고,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고. 하지만 애순은 어머니로부터 물질하지 말고, 식모처럼 살지 말라고 들으며 자랐다. 이제 그녀는 딸 금명을 보며 결심했다. "나는 내 딸을 나처럼 살게 두지 않을 거야."집안 어르신들의 팥 뿌리는 소리, 애순을 향한 잔소리, 그리고 가부장적 질서를 지키려는 고집이 집안 곳곳에 스며 있었다. 애순은 묵묵히 듣고만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파도가 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참을 수 없었다. "내 ..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제주도, 그 바닷속에서는 한 무리의 해녀들이 검푸른 물결을 헤치며 숨을 참았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비소리를 내는 그녀들의 모습은 마치 바다와 하나가 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각자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있었다. 애순은 바닷물에 젖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멀리 보이는 어머니를 찾았다. 그녀의 어머니 광례는 누구보다 강한 해녀였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늦게 물에서 나오는 사람이기도 했다.“엄마, 빨리 나오라고!”애순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광례는 묵묵히 마지막 숨을 참으며 점복을 따다가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해녀들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점복이 엄마 딸이야? 꼭 점복만 챙긴다니께.”해녀들의 농담이 이어졌지만 애순은 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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