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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etflix

 

푸른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 제주도, 그 바닷속에서는 한 무리의 해녀들이 검푸른 물결을 헤치며 숨을 참았다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숨비소리를 내는 그녀들의 모습은 마치 바다와 하나가 된 듯 보였다. 하지만 그 속에는 각자의 삶을 지탱하기 위한 치열한 싸움이 있었다.

 

애순은 바닷물에 젖은 얼굴을 쓸어내리며 멀리 보이는 어머니를 찾았다. 그녀의 어머니 광례는 누구보다 강한 해녀였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늦게 물에서 나오는 사람이기도 했다.

“엄마, 빨리 나오라고!”

애순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광례는 묵묵히 마지막 숨을 참으며 점복을 따다가 천천히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해녀들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

“점복이 엄마 딸이야? 꼭 점복만 챙긴다니께.”

해녀들의 농담이 이어졌지만 애순은 짜증이 났다.

“왜 엄마만 맨날 꼴찌야?”

하지만 광례는 그저 묵묵히 바다를 응시하며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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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면 또 다른 전쟁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닷속에서 생명을 걸고 일해도, 해녀들의 삶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남자들이 생선을 팔며 값을 흥정하고 있었고, 해녀들은 바다에서 목숨을 걸고 건져 올린 해산물을 헐값에 넘겨야 했다. 애순은 이를 갈며 생각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밤이 되면 애순은 광례 곁에서 쪼그리고 앉아 책을 펼쳤다. 국문과에 가서 시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슴에 품고 있었지만, 그 길은 쉽지 않았다. 그녀의 작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자들은 희망과 좌절이 뒤섞인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마, 나 학교 끝까지 다닐 수 있을까?”

광례는 대답 대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딸이 바다에 나가지 않고, 다른 세상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도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해녀의 딸이 학교에 오래 다니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다시 바다로 향하는 아침이 찾아왔다. 해녀들은 하나둘씩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애순은 어머니를 향해 또다시 외쳤다.

“엄마, 조심해!”

그녀의 목소리는 거친 파도에 묻혔다. 제주도의 바다는 언제나처럼 푸르렀고, 해녀들의 삶은 그 바다만큼 깊고 거칠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애순은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과연 그녀는 이 바다를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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