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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etflix

 

제주의 거친 바람이 좌판 위를 휩쓸고 지나갔다. 생선 비린내가 골목을 따라 퍼졌고, 시장의 사람들은 한순간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며 생계를 위해 온몸을 던졌다. 그런데 그날, 평소와는 다른 기운이 감돌았다.

"왜 뒤집어! 왜 뒤집어!"

 

경자의 울부짖음이 시장 한가운데에서 울려 퍼졌다. 도청 직원들이 나와 좌판을 강제로 철거하고 있었다. 이유는 단 하나, 올림픽이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명목 아래, 평생 이곳에서 생계를 이어온 사람들의 삶은 일방적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미관상 좋지 않다고요?"

 

양임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미국 사람들의 눈에 좋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 당장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짓밟는 것이 옳은 일이냐는 반박이었다. 그러나 도청 직원들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대의를 위해서는 조금씩 손해도 보고 하는 거지."

 

그 말에 시장은 폭발하고 말았다. 누구의 대의냐고? 누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느냐고? 당장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힘든 이들에게 대의라는 것은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부계장 오애순을 찾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단순한 행정직이 아니라, 시장 사람들의 버팀목이자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였다.

"부계장님! 부계장님 어디 계세요?"

 

군중 속에서 애순의 모습이 보이자 사람들은 더욱 거세게 외쳤다. 그녀가 이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애순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 정치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눈앞에서 억울한 사람들이 생기는데, 외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고 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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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미 그녀의 이름은 시장 곳곳에 퍼져 있었다. 계장 선거를 앞두고, 애순이 출마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었다. 사람들은 상길이 아닌 애순이 계장이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상길이 계장 되면 우리 다 뜬눈으로 쪽박 차!"

 

상길은 오랫동안 계장 자리를 지켜왔지만, 이제는 변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필사적으로 애순을 깎아내리려 했다.

"아니, 걔가 뭘 알아? 감투는 아무나 쓰는 게 아니라고!"

그러나 시장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그가 지난 시간 동안 어떤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해왔는지를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그의 말을 신뢰하지 않았다.

 

결국 계장 선거가 치러졌고, 예상대로 애순이 승리했다. 제주 최초의 여성 계장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환호하며 불렀다.

"계장님! 오 계장님!"

애순은 감격스러우면서도 마음 한편이 무거웠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떠밀리듯 이 자리에 오게 되었지만, 이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꿈꾸던 건 아니었지만, 이제는 시장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했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애순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부계장이 아니라, 이 시장을 책임지는 계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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