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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etflix

차 엔진음이 귓가를 울렸다. “나는 존재감이라고는 1도 없는 아이였어.” 슬기의 목소리가 허공에 맴돌았다. 유치원 소풍 날, 공주 드레스를 입겠다고 떼를 썼던 기억이 어렴풋했다. 바닷가였던가? 동해인지 남해인지 흐릿했다. “어느 순간 다 떠나고 나 혼자였어.” 아이의 울음이 메아리쳤다. 보육원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배고프면 달밤에 수돗물을 마셨지만, 배는 차오르지 않았다. “물이 줄줄 새는 기분이었지.” 봉고 차로 등하교하며 아이돌 연습생인 척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보육원 로고가 그 꿈을 막았다.

 

 

“평생 있는 듯 없는 듯 살았는데…” 커터 칼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약물 쇼핑으로 주목받는 삶이 최악이었다. “신원 보증도 안 돼 알바도 못 해.” 선배가 위조 신분증을 쥐여주며 약을 건넸다. “공부 잘하니?” 선배가 물었다. “15등쯤.” 슬기가 대꾸했다. “꿈이 뭐냐?” “생각해 본 적 없어요.” 대답에 선배가 웃었다. “강남 애들은 이거 못 구해 난리다.” 약봉지를 내밀었다. “공부 열심히 해라. 나처럼 안 살려면.” 양아치의 말이 묘하게 와닿았다.

 

책을 펼쳤다. 반 15등이던 성적이 전교 15등으로 뛰었다. “사람들 대우가 달라지더라.” 배고프지 않아도 배부른 기분이었다. 욕심이 생겼다. 전교 1등을 하고 싶었다. “이 XX 년아, 왜 말을 안 해?” 경쟁자들이 이를 갈았지만, 더는 건드리지 못했다. “예전으로 돌아갈 바엔 죽는 게 낫지.” 공부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서울로 가요.” 선배에게 전했다. “아빠 찾았거든요.” TV에서 수능 불수능 소식이 흘렀다. “출제 위원이 사망했습니다.” 속보가 긴장을 더했다.

 

기차가 채화여고 앞에 멈췄다. “전학 왔습니다.” 담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교복은 내일부터 입어.” 지시가 떨어졌다. 입학식, 꽃 파는 노인이 끌려 나갔다. “제가 살게요.” 슬기가 지갑을 열었다. “한 송이에 만 원.” 노인이 돈을 받았다. 유제이가 무대에 섰다. “채화여고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박수가 터졌다. “의대 진학률 28%.” 자부심이 흘렀다. “최경, 같이 가!” 친구가 부르더니, “방금 찼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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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서 자리를 둘러싼 소란이 벌어졌다. “제이 옆자리 내놔!” 학생들이 다투었다. “나랑 바꿔. 원하는 거 사 줄게.” 김나리가 제안했다. “교탁 앞 명당이야.” 슬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너랑 바꿀게.” “XX, 나이스!” 환호가 터졌다. 제이가 다가왔다. “밥 먹으러 가자.” 손을 내밀었다. 슬기의 눈이 그녀를 좇았다. 채화여고의 첫날, 경쟁의 서막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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