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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etflix

 

학교 복도는 늘 소란스러웠다. 연시은은 벽에 기대선 채 숨을 골랐다. 손에 묻은 땀을 바지에 문질렀다. “내가 부탁했잖아. 그만하라고.”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맞은편에 선 전영빈이 코웃음을 쳤다. “선은 넘지 마시고, 응? 적당히 하셔야지?” 시은의 말이 끝나자마자 영빈이 다가왔다. “뭐냐, 나?” 시은이 대꾸했다. “방금 잠에서 깬 수호천사 같은 거.” 영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만해, 미친놈아.” 영빈이 이를 악물었다. “너 그러다 진짜 한 대 맞는다, XX.”

 

상황이 커지려는 찰나, 선생님이 나타났다. “너희 뭐 해!” 날카로운 목소리에 영빈이 얼른 손을 내렸다. “아, 씨, 쌤. 전 친구들 다툼 말리다 의자 때문에 위험했어요. 죄송합니다.” 영빈의 변명이 매끄럽게 흘렀다. 시은은 입을 다물었다. 선생님이 “빨리 사과해!”라고 쏘아붙이자 영빈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 눈빛은 여전히 날카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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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으로 장소가 옮겨졌다. 시은은 전화기를 들고 침착하게 말했다. “네, 지금 병원에 왔습니다. 잘 얘기해 볼게요.” 맞은편에선 영빈의 어머니가 격앙된 목소리로 따졌다. “너희 엄마 불러오라니까 왜 혼자 왔냐!” 시은이 조용히 대답했다. “엄마 안 계세요.” 상대는 당황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내가 소년원 보낼 거야!” 시은은 담담히 증거를 꺼냈다. “영빈이가 제 목에 이거 붙였어요. 마약이에요.” 가방을 내밀며 덧붙였다. “이거 네 거 맞지?” 영빈의 어머니는 얼어붙었다. “지금 학폭위가 문제가 아냐. 전학 수속 밟는 게 나을 겁니다.” 조용한 협박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아빠가 물었다. “시은아, 손이 왜 그래?” 시은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체육 시간에 좀 다쳤어요.” 아빠가 걱정스레 살폈다. “또 쓰러진 거 아냐?” 시은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안 그래요.” 아빠가 웃으며 말했다. “남자는 싸우면서 크는 거야. 한 방 날렸나?” 시은은 부정했다. “그런 거 아냐.” 아빠는 “알았어, 쉬어”라며 넘어갔다.

 

다음 날, 학교는 다시 전쟁터였다. “야, 이 XX 놈아. 끝나고 보자.” 영빈의 목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어제는 내가 방심했어, 이 치사한 XX야.” 시은은 묵묵히 걸었다. 영빈이 따라붙었다. “지금 보자, XX.” 주변에서 누군가 중얼거렸다. “싸우러 가나 봐. 말려야 돼?” 시은은 멈췄다. “너희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거지?” 영빈이 “뭐라는 거야, XX”라며 달려들었다. 시은은 침착했다. “기억력이 안 좋으면 복습해야지.” 그러곤 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떠올렸다. 종을 울리면 침을 흘리는 개처럼, 반복이 조건을 만든다. “그만하자. 부탁이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영빈은 물러서지 않았다. 싸움이 시작되자 안수호가 끼어들었다. “야, 연시은, 어떻게 됐어?” 누군가 물었다. 시은은 대꾸 없이 걸었다. “나 알아? 나랑 친해?” 툭 던진 말에 주변은 조용해졌다. 수호가 영빈을 제압하며 말했다. “기선 제압해야 해. 빨리 끝내자.” 주먹이 오가고, “XX, 잡아!” 소리가 터졌다. 영빈은 결국 쓰러졌다. “괜찮아?” 수호가 물었고, 영빈은 “팔 아파”라고 신음했다. “여기까지만 하자.” 수호의 말이 끝이었다.

 

밥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 밥 먹자. 내가 맛집 안다.” 수호가 이끌었다. 시은은 조용히 따라갔다. “고맙다는 말도 없네.” 수호가 투덜거렸지만, 시은은 묵묵히 쌈을 먹었다. “고기는 이렇게 먹어야 찐이야.” 수호가 떠들며 고기를 입에 넣어줬다. “맛있다.” 시은의 짧은 대답에 수호가 웃었다. “자주 와.”

학교의 폭력은 끝나지 않았다. 영빈의 펜타닐 사건은 조용히 묻혔다. 시은은 그저 숫자와 공식 속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수호의 존재, 영빈의 분노는 그의 세계를 흔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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