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한영웅 / Weak Hero : 1화 (2022) / 리뷰 / 줄거리 요약

출처 : netfli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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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안은 늘 똑같았다. 책 냄새와 땀 냄새가 뒤섞여 무거운 공기를 만들었다. 연시은은 창가에 앉아 문제를 풀었다. 펜 끝이 종이를 긁는 소리만 들렸다. 주변의 떠드는 소리는 그의 세계에 끼어들지 못했다. “야, 너 몇 개야?” 누군가 물었다. “3개, 3개, 3개.” 대충 대답하는 소리. 시은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ax² + bx + c = 0. 공식이 그의 머릿속을 채웠다. 세상은 이렇게 명료했다. 사람들의 감정보다 훨씬 깔끔했다.

 

“야, 시은이, 잘 풀었다.” 누군가 말했다. 박수가 터졌다. 수학 경시대회 금상, 연시은. “잘했어, 시은.” 선생님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울렸다. 시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은 익숙했지만, 뒤따르는 시선은 불편했다. 전영빈의 곁눈질이 느껴졌다. 동상을 받은 영빈은 씩 웃었다. 그 웃음의 뜻을 굳이 해석하고 싶지 않았다. 시은은 문제집으로 눈을 돌렸다.

 

 

 

복도로 나오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야, 더 격렬하게 흔들어!” 외침과 함께 “빵댕이, 빵댕이!” 소리가 터졌다. 시은은 무시하고 지나갔다. 한태훈이 나타났다. “사람들 네 영상에 반응 XX 좋아.” 태훈이 웃으며 말했다. “너, XX, 공부도 안 하고 이런 거라도 해야지.” 억지웃음이 붙었다. 시은은 “고마워”라고만 하고 지나갔다. 태훈의 말이 더 이어졌지만, 귀에 닿지 않았다.

 

운동장에서는 안수호가 소란에 휘말렸다. “우리 나은이 건드린 새끼 너냐?” 질문에 수호는 “DM 와서 밥 먹은 건데, 관심 없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손나은이다, 이 XX야!” 상대가 발끈했다. 시은은 멀리서 보았다. 수호가 “점심 제육이야?”라며 빠져나가는 모습이 영리했다. “쫄았지?” 조롱이 뒤따랐다.

 

교실로 돌아오니 분위기가 거칠어졌다. “야, 영빈, 그 새끼 언제 조지자.” 태훈이 이를 갈았다. 시은은 조용히 들었다. 태훈이 떠들었다. “저번에도 XX 쳐다보는데 눈깔 돌았더만. 죽일 뻔했잖아.” 영빈이 끼어들었다. “지랄 마, 가만히 서 있더만.” 태훈은 멈추지 않았다. “연시은 그 새끼 어쩌지? 건드려도 딜 안 먹히네.” 시은은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방패는 숫자였다.

 

복도에서 태훈과 다시 마주쳤다. “놓으라고.” 시은이 낮게 말했다. 태훈이 버티자 선생님이 끼어들었다. “뭐야!” 태훈은 “장난이에요”라고 둘러댔다. 시은도 “장난 맞아요”라고 했다. 거짓이었다. 번지기 싫었다. 선생님이 떠난 뒤, 태훈이 웃었다. “고맙지?” 시은은 고개를 돌렸다.

 

집에 오니 배달원이 문을 두드렸다. “시킨 적 없는데요.” 시은이 말하자, “101동이랑 102동 헷갈렸다”며 물을 달라고 했다. “친구잖아, 줄 수 있지?” 시은은 물을 건넸다. “내일 생수 세 통 사 줄게.” 그 말이 진심인지 의문이었다.

밤, 라디오에서 “가족에게 따뜻한 말을 전하세요”라는 소리가 흘렀다. 시은은 펜을 들었다. 아빠의 “1등 했다며?”라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의 세계는 숫자 속에 있었다. 하지만 태훈의 눈빛, 수호의 태연함, 영빈의 웃음이 폭풍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