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 : 3화 (2025) / 리뷰 / 줄거리 요약

출처 : netflix

 

제주의 하늘이 붉게 물들며 또 다른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애순은 해녀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삶은 언제나 거친 파도와 함께였다. 하지만 가슴 속에는 늘 바다 너머의 세계를 향한 꿈이 자리 잡고 있었다.

 

부산에서의 생활은 애순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험난했다. 가진 것 하나 없이 거리로 내몰린 두 사람은 새벽이면 시장 근처를 서성이며 하루를 버틸 방도를 찾아야 했다. 관식은 선착장에서 막노동을 하며 겨우 하루 끼니를 해결했고, 애순은 작은 국밥집에서 허드렛일을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애순은 경찰서에 끌려가게 되었다. 국밥집 주인의 귀금속이 사라졌고, 애순이 범인으로 몰린 것이었다.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어린 여자가 혼자 떠돌며 일한다는 이유로 쉽게 의심받았다. 경찰은 그녀를 다그치며 협박했다.

"너, 제주에서 뭘 하다 온 거야? 가출한 거지? 말해!"

 

애순은 눈을 질끈 감았다.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때 경찰서 문이 벌컥 열리더니, 관식이 뛰어들어왔다.

"애순이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관식은 숨이 차 헐떡이며 경찰에게 매달렸다. 그는 애순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국밥집을 돌아다니며 손님들의 증언을 모아 왔다. 다행히 한 노인이 애순이 결백하다는 것을 증언했고, 그녀는 가까스로 풀려날 수 있었다.

 

728x90

 

그날 밤, 애순은 관식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오빠, 나 이제 더는 여기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관식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둘은 함께 떠나기로 했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결국 애순은 마지막 방법을 떠올렸다. 한때 아버지의 친구였던 사람이 운영하는 부산의 한 봉제공장에서 일자리를 얻기로 한 것이다.

 

공장은 차가운 기계음으로 가득했다. 하루 종일 바느질을 하고, 실밥을 정리하며 애순은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여기에 오래 머물지는 않을 거라고. 언젠가는 이곳을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거라고.

관식도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애순에게 약속했다.

"돈을 모아서 같이 서울로 가자. 거기 가면 네가 원하는 공부도 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힘들었고, 관리자는 이주 노동자들에게 험한 말을 내뱉으며 함부로 대했다. 관식은 참으려고 했지만, 어느 날 동료가 부당한 대우를 받자 참지 못하고 나섰다. 결국 그는 공장에서 쫓겨났고, 애순 역시 그 일을 계기로 사직서를 내야 했다.

 

모든 것을 잃은 두 사람은 다시 거리로 나왔다. 비는 추적추적 내렸고, 애순은 젖은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중얼거렸다.

"이제 정말로 끝인가 봐."

하지만 관식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끝이 아니야. 우리가 여기까지 왔잖아. 그럼 앞으로도 나아갈 수 있어."

 

그의 목소리는 흔들렸지만, 여전히 희망을 담고 있었다. 애순은 조용히 그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만큼은 비가 차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은 다시 걸음을 내디뎠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지만,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꿈이 있는 한, 길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었다.